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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10] ③음악 : 창작·공유의 아티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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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언제 처음 시작됐는지는 설이 분분하지만, 거의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고 지금까지도 열렬히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시와 노래를 옮겼고, 귀와 손으로 곡조와 연주를 퍼뜨려나갔다. 그것이 문화가 확산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음악은 확산에 박차를 가해줄 기술과 이를 제어하고 통제할 장애물을 만났다. 인터넷과 저작권법이 그것이다. 인터넷은 유례없이 전세계를 연결시켜 주었고, 특별히 문화 교류를 하지 않는 나라의 개인들끼리도 스트리밍을 청취하거나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전과 현저히 다른 기록과 복제의 형태에 저작권법은 18세기의 보호 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하는 전환의 시기를 맞았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음악 산업계는 냅스터를 닫아버리고 이전의 매체와 판매 방식을 고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명분은 창작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저작권을 강화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창작자보다는 거대 음원 다국적기업에 유리하고 이용자 권리는 제약하는, 균형이 무너진 형태가 됐다.

창작자는 때로 자기 음악을 무료로 배포하거나 남들이 자유롭게 리믹스하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저작권법 실정은 이를 어렵게 만든다. 일반저작권의 라이선스는 재배포도 재가공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니 이용자도 혹시 나중에 적발돼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선뜻 웹에 음악을 올리거나 리믹스를 하기가 꺼려진다. 이번에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팬들의 복제와 리믹스가 그 확산에 큰 공헌을 했는데, 싸이 쪽에서 이런 팬 활동을 저작권법으로 규제하지 않아서 더욱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많다.

음악을 CCL로 공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먼저 이용자에게 많은 자유가 돌아가게 된다. 창작자는 이용자가 지킬 조건 몇 가지를 제시하고, 이를 잘 지킬 시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기 때문에 일반저작권일 때 일어나는 번거로운 과정들이 제거된다. 예를 들어, 음원 이용 전에 권리자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연락처를 찾거나, 영리 목적의 이용이 아닌데도 비싼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과정들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용자는 보다 쉽게 음악에 접근하고 남들과 나눠들을 수 있다. 또다른 창작자가 타인의 창작물을 리믹스해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런 환경 아래 문화는 풍성해지고, 창작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많은 팬을 만드는 효과를 얻는다. 창작자의 최초 작품이 팬들이 만든 서브컬처의 출발이자 질료가 되는 것이다.

나인인치네일즈(Nine Inch Nails, NIN)의 2008년 인스트루멘탈 앨범 ‘고스트 I-IV’를 보자. 이 앨범은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BY-NC-SA)의 CCL 조건으로 발매됐다. 비영리 조건으로 이용하고, 리믹스한 작품에도 똑같은 CCL 조건을 붙인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재배포, 리믹스할 수 있게 했다는 뜻이다. 이 앨범은 DRM 없이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공개됐음에도 2008년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1위를 차지했다. 무료 다운로드가 저작권료 포기가 아니라 도리어 앨범 판매를 위한 홍보가 된 셈이다. 리믹스를 허락한 라이선스 덕에 팬들이 선사한 수많은 리믹스 버전 음악도 얻게 됐다. NIN은 올해 7월, ‘더 슬립’(The Slip)이란 CC BY-NC-SA 라이선스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CC믹스터라는 음악 리믹스 웹사이트는 또 어떤가. 전세계 창작자들이 자신의 음악 소스를 CCL로 공개하고, 다른 창작자들이 이를 가져다가 리믹스해 또 다른 작품들을 만들게 하거나 남의 소스를 가져다 창작 재료로 쓰게 돕는 곳이다. 올해 5월에 있었던 서울 디지털 포럼의 CCL 세션에서 발표를 가진 국내 프로 아티스트 YEIZON도 CC믹스터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소스를 가져다 자신들의 음악과 리믹스해 새로운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작업을 즐긴다고 전했다.

[vimeo 43794107 500 281]

YEIZON 리믹스 뮤직비디오 ‘Up Up Up Up Up’ 보러가기~!

유럽에서는 자멘도라는 CCL 음악 플랫폼이 인기다. 본래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는 유럽 음악시장은 이용자가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고 팬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들이 인기인데, 자멘도는 CCL 아티스트들에게는 좋은 배포 플랫폼이, 팬들에게는 편리한 스트리밍, 다운로드 사이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자멘도는 비영리(NC) 이용 조건을 적용한 작품들이 다른 이들에 의해 영리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이에 알맞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잘 알려진 음악 유통 플랫폼인 독일 사운드클라우드나 미국 밴드캠프에서도 CCL 조건 음원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들은 유통 플랫폼이 라이선스와 다운로드, 가격 여부 등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않고 상당수 권리를 창작자 손에 맡기고 있다.

창작자에게는 엄연히 유통 방식을 본인이 결정할 자유가 있다. 국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는 주로 일반저작권 보호에만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협회에 등록된 음원을 비영리 조건에 무료로 배포하거나 누구든 가져다 리믹스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창작자 본인이 원해도 지금 구조로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는 CCL 적용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영리 목적으로 작품을 무료 배포하는 아티스트도 이를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겐 저작권료를 수령할 수 있다.

한국은 전업 아티스트의 소득이 거의 전적으로 저작권료에 기대고 있지만, 유통사와 분배 문제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 받기가 어렵다. 그러니 아티스트로선 CCL로 음원을 공개하는 것이 그나마 들어오는 저작권료마저 포기하는 일이 될까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 보자. 팬들과 함께 자유롭게 어울리며 음악이 널리 퍼질 때 얻는 효과는 때로 불균형한 지금 시스템에서 벌어들이는 저작권료보다 아티스트 본인에게도 이로울 수 있다. 싸이 등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내가 자주 이용하는 블로그나 SNS에 올려 친구들과 공유하거나, 이 노래를 활용한 UCC를 올려도 제재받지 않는 환경이 갖춰진다고 생각해보라. 음악 팬 입장에서도 마다할 리 없다.

음악 뿐이랴. 모름지기 문화는 자유로울 때 더욱 꽃피는 법이다.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보상과 더불어 이용자가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재조정할 때다. 지혜를 모아 현재 시스템을 튜닝하자.

정다예(@dayejung). 다이앤. 창작과 공유로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CC KOREA의 상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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